이춤택 에기평 원장

메타순환평가 도입 "제대로 된 기술 지원"
혁신-개방 통해 에너지산업이 발전해야
원전 안전성 높일 수 있는 기술 중점 지원

 
문재인 사람 임춘택 에너지기술평가원장이 취임 1년을 맞았다. 경북 산골에서 가난한 학창시절을 보내며 자수성가한 임 원장은 그래서 역시 가난한 학창시절을 보낸 문 대통령을 좋아하고 따를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임 원장이 지난해 6월 에기평 원장으로 부임했을때 보수언론에서는 문재인 코드라고 비판했다. 우려도 없지 않았다.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는 건 아닌지.

임 원장은 국방, 항공, 우주, 원자력 등 이공계 핵심분야를 두루 섭렵한 학자다. 균형감각을 갖추었다는 의미다. 원장 취임 1년 동안 임원장은 다양한 관계자들을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갑을 관계의 사람, 여야 할 것 없이 그가 판단하고 정책하려는 판단이 들면 각계의 사람을 만났다고 한다. 청와대가 그를 신뢰하는 이유다.

에기평 본연의 임무인 R&D 기획 및 지원분야도 더이상 허술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최근 산업부가 공고한 6대 첨단분야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도 임 원장의 작품이다. 창간 6주년 특별 인터뷰를 최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Q. 취임 1년을 맞았다. 소회를 밝힌다면.

그동안 에기평은 연구전담기관으로서 갑의 위치에 서 있었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 온라인 메타순환평가를 도입했다.

온라인 평가로 국내외 우수전문가를 평가위원으로 참여토록하고 평가자료의 충실한 검토 등 대면평가 방식의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자는 것이었다.

평가자를 평가위원→책임평가위원→전담기관→주관기관으로 하는 메타순환평가방식을 도입하니 평가에 대한 신뢰성이 확보됐다.

우수전문가 참여율이 2배, 과제당 검토시간도 5배 이상 증가하고 피평가에게 3일간의 답변 시간도 부여해 전문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었다.
이는 피평가자 만족도가 85점에 달하는 점에서 잘 알 수 있다. 이의신청도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Q. 문재인 정부의 재생에너지 전환정책 핵심기관으로서 지난 1년을 평가한다면.

선도형 연구개발로 전환하기 위해 세계최초로 첨단 아이디어 또는 기술이거나 글로벌시장 경쟁력이 있는 연구개발을 집중 지원했다.

세계최초의 아이디어와 같이 첨단기술성이 있는 경우 원천기술연구 등의 형태로 지원했다. 시장진입이 임박하여 수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은 실증사업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상세기획과제의 28%에 해당하는 108개 과제, 금액으로는 906억원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해 에너지벤처금융을 추진중이다. 에너지 분야의 대규모 프로젝트 투자, 중소벤처기업 자금 융자, 국민참여형 사업 지원을 위한 펀드(투자은행) 설립을 지난해 12월 제안한 바 있다. 에너지 투자금융의 추진동력 확보를 위한 관계기관 협의체를 추진중이다.

임춘택 에기평 원장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Q. 지난해 취임 일성으로 에너지 R&D 혁신에 앞장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준정부기관장으로 활동하며 느낀 점은 무엇인가.

혁신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혁신과 개방은 세계적 트렌드다. 밑바탕에는 진보적 가치가 자리 잡고 있다. 혁신과 개방을 통해 에너지산업이 발전해야 하고 R&D 역시 그러한 방향에서 산업을 지원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혁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서 설명했지만 그동안 R&D는 어쩌면 과거에 했던 것을 반복하는 수준의 의미 없는 연구개발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R&D는 아무 의미가 없다. 양극형 R&D는 첨단 기술성을 갖는 세계 최초 아이디어이거나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R&D를 집중 지원하겠다는 새로운 의지의 표출이다. 원천기술과 시장진입형 기술 다시 말해 양극단에 있는 기술개발 지원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Q. 혁신에 기반을 둔 미래 R&D를 말씀하셨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이제는 자원 중심이 아닌 기술 중심으로 글로벌 에너지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R&D도 이러한 흐름에 따라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 그리고 에너지 효율 향상 등에 집중해야 한다.

결국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혁신기술을 중시하겠다는 얘기다.

이러한 R&D 혁신은 결국 에너지산업을 육성하고 나아가 수출산업화로 연결되는 단초가 될 것이다.

Q. 카이스트에서 원자력 양자공학을 강의했다. 문재인 정부가 에너지전환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무리한 탈원전 정책을 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후쿠시마 사고로 원전 안전 신화는 깨졌다고 진단했다. 이전에는 어느 정도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안전을 확보한 것으로 봤지만 자연재해 등 설계기준 이상의 사고가 나면 안전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안전-해체-폐기물-수출 등 4대 분야를 중점 육성할 계획이다.

국방이나 항공우주 분야에선 사고가 나는 것을 전제로 그 이후를 연구한다. 그런데 원자력 분야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많은 학회를 경험해봤지만 원자력학회처럼 정치화된 곳은 못 봤다.

특정 정치 집단과 완전히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점, 특정 정당만 옹호하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 이념적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전세계적으로 원전은 축소되고 재생에너지가 성장하는 추세에 발맞춰 원자력 업계와 생태계의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

원전은 사양 산업이기 때문에 R&D 측면에서도 지원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원전 R&D예산을 늘 그랬듯이 기계적으로 지원했지만 앞으로는 가동원전에 대해서 원전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에 대해 중점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본다.

원자력과 관련한 투자는 현 정부가 내놓은 정책처럼 이미 지어놓은 원전이나 건설 중인 원전을 장기적으로 안전하게 운영하는 데 쓰이도록 하고 방사선 산업 같은 비발전 분야를 육성해야 한다. 방사선 의료부터 진단, 치료, 농업, 식품, 소독 등 각 분야의 수출 가능성이 아주 높은데 우리는 그걸 도외시하고 있다.

Q. 재생에너지 R&D 개발에 대해 한 말씀하신다면.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비롯한 에너지 저장분야, V2G, P2G, 양수발전설비, DR 기술 등이 한국이 세계무대로 나아갈 수 있는 산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확보하고 있는 에너지환경 분야에서만 500조원 가량의 수출이 가능하다. 에기평과 같은 연구 전담기관이 할 일은 첫째,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연구 둘째,시장에 바로 진입해서 쓸 수 있는 기술을 잘 분별해 이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일이다.

전체 예산의 80%를 이러한 기술에 투자하려고 노력한다. 단순히 기업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무의미한 기술을 개발하도록 내버려 두어선 안된다.

Q. 향후 계획은.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들의 고충이 심하다. 이와 관련한 R&D 지원에 관심을 쏟을 것이다.

지난 2월 미세먼지 저감기술의 실증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확산하기 위해 서울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서울시로부터 실증사이트 제공 등을 협조받아 현장중심의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건물의 실외 미세먼지 차단과 실내 유해가스 저감을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개발 과제를 지난 3월 공고한 바 있다.

지난해 추임 후부터 연구원의 인사시스템을 혁신해 나가고 있다. 

운영자문위원회, 전직원 인사추천제 등 포용적 인사제도를 도입했다. 지난해 6월부터 성별, 나이, 고용형태 등에 있어 차별 없이 다양한 구성원들이 참여하여 인사, 기관운영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는 운영자문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연구원이 올해 중점 추진할 분야는 국민안전 연구관리 분야다. 
전체 과제를 위험도에 따라 고-중-저로 분류하여 고위험과제의 경우 과제 선정부터 안전관리에 강화할 방침이다.

기존 기술성, 경제성 위주의 평가에 안전-환경-사회적 가치를 고려하도록 과제계획서, 평가기준 등을 변경할 것이다. 가칭 사회안전연구관리법률안, 에너지안전혁신계획(안) 등을 검토중이다.

혁신적 R&D 추진에도 힘을 쏟을 것이다.

3분, 6분, 12분 충전 전기자동차, 태양광 자동차-선박 등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혁신기술을 지우너토록 하겠다.

혁신기술 확보를 위한 새로운 방법으로, 기술난제를 시장경쟁 방식으로 확보하는 '미래 에너지 챌린지'를 추진하겠다.

------------------------------------------------------------------임춘택 에기평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에너지정책을 담당했다. 현 대통령직속정책기획위원, 정부 혁신성장 추진협의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한국과학기술원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광주과학기술원(GIST) 융합기술원 교수,청와대 안보실 행정관, 국방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2015년 9월 국제전기전자공학회 전력전자학회지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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