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객원 편집위원)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객원 편집위원)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객원 편집위원)

지난 7월 2일 국회 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신재생에너지학회, 한국태양광산업협회, 기후변화센터를 비롯한 11개 단체가 발의한 가운데 ‘한국재생에너지의 날 제정 추진위원회 출범식’이 열렸다.

그날 추진위는 ‘2019 세계 재생에너지 서울총회’가 열리는 10월 23일이 ‘대한민국 재생에너지의 날’로 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밝히고 향후 3천명의 추진위원 조직과 각종 홍보활동 등 추진계획을 밝혔다.

그리고 이를 위해 산업계를 대표하여 이완근(한국태양광산업협회장), 학계를 대표하여 진우삼(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장), 청년을 대표하여 김유정(성신여대학생)이 공동추진위원장을 맡고, 정우식(산업계)?이성호(학계)?김소희(시민사회) 3사람이 공동실무위원장으로서 실무를 책임지기로 하였다.  

이날 출범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후 많은 사람들이 재생에너지에 날에 관심을 표명하였지만, 몇몇 사람들은 많고 많은 기념일에 또 하나를 더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는 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우리나라 기념일의 현황을 간단히 살펴보고, 왜 재생에너지의 날을 추진하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살펴봄으로써 공감의 폭을 넓히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기념일

현재 우리나라 기념일은 [국경일에 관한 법률]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각 부처 개별법에 규정된 기념일]에 따라 지정되어 있다.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따라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등 5대 국경일,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따른 50개의 기념일, [각 부처 개별법에 규정된 기념일]에 따른 45개의 기념일,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의거 공휴일로 지정한 부처님오신날과 크리스마스 등 총 102개의 법정기념일이 있다.

그리고 법정기념일이 아닌 지방정부, 단체 등이 만들 운영하는 기념일(예를 들어 9월 6일 자원순환의 날)은 훨씬 많은 상황이다. 또한 상업적으로 만든 ‘14데이, 개인이나 각종 친목 모임?소모임에서 자발적으로 만든 것 등을 합치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엄청난 기념일이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왜 재생에너지의 날을 추진하는가?

107개의 법정기념일과 그보다 훨씬 많은 비법정 기념일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의 날을 추진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첫째, 재생에너지가 기후 위기로 대재앙에 직면한 인류와 초록별 지구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봄부터 허리케인이 불어닥치고, 유럽엔 6월부터 때 이른 폭염이 휩쓸었다.

북극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서 얼음에 갇혀있던 1조 4천억톤의 탄소가 대기에 노출되어 폭발적인 환경파괴를 촉발시킬 위험성이 커지고 있으며, 동토의 땅 알래스카는 폭염으로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탈리아 남부에 오렌지만 한 우박이 쏟아지기도 한다.

모두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기후 위기가 가져올 대재앙의 징조라 할 것이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기후 위기가 핵전쟁보다 더 인류와 지구에 더 치명적인 대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해 가고 있다.

이러한 기후 위기로부터 인류와 초록별 지구를 구할 수 있는 인류의 최고의 선택이자 유일한 방법이 재생에너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가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는 까닭인 것이다.

국민 모두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자각하고,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전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재생에너지의 날이 제정되어야 한다.

둘째, 대한민국의 경제와 산업, 무역을 비롯하여 우리 국민 모두의 삶에 혁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재 핵심적인 글로벌 무역 트렌드는 ‘환경규제의 무역 기준화’이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각종 환경 규제와 지침이 무역 기준화 되고 있는 것이다. 내연기관의 퇴출 노력과 전기자동차의 급성장(독일), 강력한 탄소세 부과 움직임(프랑스), 신규 주택의 재생에너지 설치 의무화(캘리포니아), 재생에너지 비중 의무할당제 실시(중국), 화석연료 사용 기업에 대한 투자 거부 및 금융 거래 제한(노르웨이 국부펀드) 등 환경과 연계된 무역기준이 전면에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RE100을 선언한 글로벌 기업들은 자신이 거래하는 나라의 기업들에게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여 만든 소재, 부품, 장비를 납품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25년 경부터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서 제품을 만들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EU 수출 자체가 원천봉쇄될 수도 있다. 대외 무역의존도가 85% 이상인 우리나라에서 수출길이 막히면 무역과 산업과 경제가 무너지는 건 시간 문제일 것이다. 연쇄적으로 일자리와 사회안전망이 붕괴되고, 마침내 가정까지 파탄 나는 노미노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무역기준의 변화에 적응하고, 세계의 선도국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산업생태계를 얼마나 신속하게 구축하느냐에 달렸다. 재생에너지의 날을 통해 재생에너지로의 혁신과 산업생태계 구축에 대한 의지와 속도가 강화될 수 있으리라 믿는 까닭이다.

셋째, 각 개개인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하고 생사에 직접적으로 연관되기 때문이다. 인류가 살 수 없는 재앙적인 환경에서, 경제가 무너지고 일자리를 잃고 가정이 파탄 난다면, 그 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것은 펄펄 끓는 화탕지옥에 떨어진 것만큼 고통스럽고 불행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기후 위기는 환경과 무역과 경제를 통해 직접적으로 모든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고, 점점 그 영향은 커지고 있다. 지구라는 시공간에서 사는 그 어떤 존재도 이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제 재생에너지는 기후 위기를 극복할 유일한 대안이자 무역과 산업과 경제의 기본 트렌드이며, 각 개인의 삶의 질과 행불행을 좌우하는 근본 문제가 되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날을 통해 전 국민이 ‘나의 문제’라는 자각과 더불어 에너지전환의 주체로 우뚝 서기를 바라는 까닭이다.

석탄이나 석유가 없어서 화석연료시대가 끝나가는 것이 아니다. 트렌드가 바뀌고, 에너지전환으로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새로운 산업생태계가 구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가 재생에너지 중심의 산업생태계로 급속도로 재편되면서 석탄이나 석유나 원자력이 없어도 될, 그래야 더 세상이 잘 굴러갈 날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의 날이 세상의 변화에 눈 뜨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마도, 물론, 현실의 변화를 부정하고 과거에 시선이 향해 있는 사람에게는 뜬구름 잡는 얘기처럼 들릴 것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현실의 변화를 바로 보고 미래에 시선이 향해 있는 사람이라면 영혼을 흔들어 깨우는 장군죽비가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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