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객원 편집위원)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객원 편집위원)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객원 편집위원)

정부는  지난 6월 4일 국무회의를 개최하고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19~’40)‘을 심의, 확정했다.

알다시피 에너지기본계획은 5년마다 수립되는 국가 최상위 에너지 계획이다. 앞으로 20년간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의 기본 골격과 목표가 제시되고, 에너지 확보와 수요, 공급 로드맵이 담겨진다. 한마디로 에너지 분야의 헌법이라 할 수 있다.

3차 계획은 향후 20년 간 중앙정부, 지방정부, 공공기관 등의 에너지정책 네비게이션 역할을 하게 된다. 3차 계획에 준거하여 각 단위는 에너지 세부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하여야 한다. 그 자체로 어마어마한 의미와 무게를 갖는다. 짧은 지면이나마 3차 계획에 대한 주요내용, 평가, 전망을 공유해보고자 하는 까닭이다.

이번에 확정된 3차 계획은 ‘에너지전환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과 국민 삶의 질 제고’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리고 소비, 생산, 시스템, 산업, 기반 분야에 맞춰 5대 중점 추진과제를 밝혔다. 중점 추진과제는 아래 표와 같다.

    #표1. 3차 계획 5대 중점 추진과제(2019.6.4. 산업통상자원부)

① (소비) 산업 수송 건물 등 부문별 수요관리 강화, 가격체계 합리화
등을 통해 ’40년 에너지 소비효율 38% 개선, 수요 18.6% 감축 추진
* 최종에너지수요(백만TOE) : (’17) 176.0 → (’40, BAU) 211.0 → (’40, 목표) 171.8
② (생산)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40년 30~35%), 원전 석탄발전의 점진적
과감한 감축 등을 통해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믹스로 전환
③ (시스템) 재생에너지, 연료전지 등 수요지 인근 분산 전원 비중을
확대하고, 지역 지자체의 역할과 책임 강화
④ (산업) 재생에너지 수소 효율연계 등 미래에너지산업을 육성하고
전통에너지산업은 고부가가치화, 원전산업은 핵심생태계 유지
⑤ (기반) 에너지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전력 가스 열 시장제도를 개선
하고, 신산업 창출을 촉진하기 위해 에너지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이번에 확정된 3차 계획은 3가지 면에서 핵심적인 의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에너지전환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과 국민 삶의 질 제고를 비전으로 명확히 천명했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산업과 에너지의 패러다임이 변화되고 있는 시대적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에너지전환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의 의지를 분명하게 밝혔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번 계획은 주무 부처인 산업부에서 수립한 것으로 향후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나 5차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 등에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등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둘째, 공급중심의 에너지 다소비형 체제를 소비구조 혁신을 통해 선진국형 고효율?저소비형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점이다.
지난 10여 년간 에너지 업계와 단체 및 전문가들은 공급중심의 에너지 다소비형 체제를 고효율 저소비형 구조로 전환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왔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구조적 상황과 어려움을 들어 난색을 표하거나, 공감을 표하더라도 구두선에 그쳤었다. 3차 계획을 통해 에너지 절약과 효율을 극대화되고, 스마트한 분산전원시스템으로 에너지 생태계가 정착되는 전기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셋째, ‘기업 PPA 도입 검토’가 에너지기본계획에 명문화됐다는 점이다.
지난 5월에 발표된 녹색성장 5개년 계획에 이어 이번 3차 계획에도 명시됨으로써 대규모 전력 소비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장기간(5~20년) 고정 가격에 계약을 맺고,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되었다. 기업은 에너지 연료비 변동과 관계없이 안정적인 가격으로 전력을 공급받고, 발전사업자는 장기간 고객을 확보해 대규모 발전 설비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이는 기업과 발전사업자 모두 윈-윈(win-win) 할 수 있고, 재생에너지 설비를 빠르게 확대해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도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라는 측면에서 대한민국 에너지정책사에서 역사적인 진보라 평가할 만하다 하겠다.

이와 같이 3차 계획은 대단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을 밝히고 싶다.

무엇보다, 스마트 분산전원체제로 전환을 위한 한전개혁 등 시스템 혁신, 전면적 전력 거래제도 도입, 산업과 시장 특성에 따른 맞춤형 전력가격체계 도입 등에 대한 청사진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지 않았나 싶다. 새로운 에너지 정책의 성공여부는 법 제도의 정비와 이를 수행하는 시스템혁신을 전제로 할 때만이 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새겼으면 좋겠다.

또한, 중앙정부의 정책을 지방정부와의 협력 속에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고 싶다.

우리는 갈수록 지방분권이 강화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지방분권에 걸맞은 에너지 분권, 에너지 자치, 에너지 자립이 화두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재생에너지 관련하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많은 이견이 노출되었고, 이를 효과적으로 조율하고 매끄럽게 집행하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각 지자체별로 제각각으로 난립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설치 이격거리 규제와 각종 민원에 대한 원칙과 종합적인 대책이 없어 주민, 업계, 지자체 모두 불만과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분권 시대에 맞게 지방정부가 에너지정책실현의 주체로 일으켜 세우는 대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2040년 재생에너지 목표(30~35%)의 적절성을 지적하고 싶다.

전 세계가 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전환과 온실가스 감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 시스템과 무역기준도 바뀌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기업의 평가와 투자 순위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제품이 아니면 완제품뿐만 아니라 부품과 중간재의 수출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신속하게 재생에너지 산업시스템으로 경제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국가의 존망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오는 2040년 재생에너지 30~35% 목표는 OECD 최하위권일 뿐만 아니라 너무나 안일하고 소극적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적어도 ’40년 재생에너지 목표 50%를 설정하고, 담대한 전환에 나서주길 바란다.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사에 있어 진일보한 평가를 받을 만한 역사적인 3차 계획을 수립한 정책당국자와 관계자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전한다. 아울러 위 3가지 사항이 보완되길 희망하며, 3차 계획이 에너지전환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의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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