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객원 편집위원)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객원 편집위원)

오랜만에 목포행 ktx를 탔다. 전남지사와 태양광 업계 임원 간 간담회에 참석하고자 나선 길이었다. 아침 6시 20분 서울역을 출발한 기차가 광명-천안아산-오송-공주를 지나 익산역을 지날 무렵부터 차창 밖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차에 타자마자 뉴스검색과 카밴페유(카톡,밴드,페이스북,유투브) SNS 훑어보기, 그리고 간담회 점검에 신경 쓰느라 1시간이 넘도록 바깥 내다볼 생각도 못했던 터였다. 아마도 스마트폰 때문에 눈이 뻑뻑하고 머리가 지끈거리지 않았다면 계속 그렇게 갔을지도 모른다.

좌석에 머리를 기대고 5분 쯤 감고 있던 눈을 뜨면서 비로소 내 안에 갇혀있던 시선을 밖으로 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시골 촌놈으로 나고 자란 내게는 너무나 익숙한 농촌 풍경이 차창 너머로 펼쳐지고 있었다.

한반도 최대 규모이자 최고의 곡창지대라는 호남평야는 드넓었다. 저 멀리 지평선 너머까지 이어진 평야를 보니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내 농촌의 속사정을 생각하니 약간의 통증을 동반한 안타까움이 밀물처럼 들어왔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사라진 골목길, 평균 연령이 75세 넘는 고목나무처럼 늙어가는 마을, 늘어나는 휴경지마다 농민들의 근심 같이 무성한 잡풀, 쎄빠지게 일해 봐야 남는 게 없고 늘어만 가는 빚, 이젠 일할 힘조차 없는, 밑바닥에 구멍이 난 낡은 배처럼 서서히 가라앉는 고향마을이, 곳곳의 농촌마을이 화인(火印)처럼 떠올라 가슴을 아리게 했다.

지난 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농가 경제조사 결과’ 조사에 따르면 2018년 농가의 평균소득은 4,207만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수치는 인건비, 자재비, 농약비, 사료비 등 차포 떼고 나면 손에 쥐는 실질소득은 몇백만원에 불과한 농촌 속사정을 제대로 담지 못한 것이다. 이마저 전년대비 10.0% 증가한 수치라곤 하지만, 2017년 도시근로자가구(2인이상)의 소득이 6,045만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형편없는 수준이다.

특히, 농가의 1년 농업 소득이 1,290만원으로 월 평균 100만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도드라진다.

이젠 농민들이 농사지어서 밥 벌어먹기 어려운 현실, 그런 농촌이 되었음이 분명한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문재인정부 들어서 그 격차가 조금이나마 줄어들고 있다 한다.

하지만 근본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농촌의 붕괴는 쓰나미처럼 일어날 수밖에 없음이 자명하다. 정부와 농민이 머리를 맞대고 근본대책을 세워 국가적 역량을 동원하여 농촌을 리셋해야 한다. 그래야 희망의 우물을 퍼올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 근본대책 안에 농가 소득증대와 관련하여 이 한가지만은 꼭 포함되었으면 좋겠다. 바로 영농형 태양광이다.

농지를 영농형 태양광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농가가 영농형 태양광으로 농가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민에게 월급을 주고, 일종의 기본소득을 제공해 줄 것이다. 예를 들어 700평 논에 100KW 전기농사를 지으면 년 평균 2천만원 정도 추가소득이 발생할 수 있는 까닭이다.

제도설계를 꼼꼼히 해서 수확량 감수율이 20%를 넘으면 태양광 인센티브를 축소하거나 패널티를 부과하면 식량자원의 증대와 농가소득 증대라는 2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영농형 태양광은 귀농귀촌하는 젊은이들의 성공적인 정착을 담보해줄 것이다. 젊은이들이 늘어나면 시골 마을의 골목길에 다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마을이 활력을 되찾고, 농촌경제가 살아나고, 무너져가는 농촌공동체가 재생되는 선순환효과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변화된 시대에는 농촌도 변해야 한다. 농민들이 1차산업으로만 먹고 살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4차산업을 가미해야 한다. 1차산업인 농사와 4차산업인 태양광의 융합이 필요하다. 영농형 태양광이 훌륭한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농촌도 살리고 태양광업계도 살리는 영농형 태양광이 최고의 케미를 자랑하는 미래를 그려본다.

어둡던 마음이 밝아지고, 차창 밖 드넓은 대지에 봄물결이 출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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