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 에너지국장

얼마전 한 발전공기업 신재생처 간부와 자리를 한 적이 있다.

태양광은 많이 하는데 풍력을 할 곳이 그리 많지 않다는 푸념이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나는 대뜸 “이어도는 어때요?” 라고 물었다. 일순간 침묵이 흘렀다.

그 간부는 정말 괜찮을까?라며 반문했다. 먼저 중국과의 배타적 수역 즉 영유권 문제를 의식한 듯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어도 문제는 전임정부에서도 계속 마찰을 빚어온 문제였으니까.

나는 마라도에서 서남쪽 이어도로 이어지는 150여킬로미터의 해역에 풍력발전 단지를 만든다면 지난 7~8년 동안 아무 진척 없이 허송세월한 서남해안 풍력발전단지에 비하면 군사적으로도, 어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할 만한 문제도, 환경적 문제도 없기에 잘 될 것이라고 말하고 이와 관련한 얘기는 추후로 미뤘다.     

그리고 며칠동안 이 문제는 계속 머리에 머물렀다. 그러던중 한 컬럼을 읽게 됐다.

장대현 한국풍력산업협회 기술고문(경북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대표이사)이 쓴 글인데 이 글에서 장 대표는 부유식 해상풍력으로 대규모 해상풍력발전이 가능하다는 논지를 펴고 있다.

풍력자원이 풍부한 제주~진도~이어도 주변수역, 즉 제주도에서 이어도까지 156km, 진도에서 이어도까지 265km를 수심 200미터 이내로 할 경우 면적은 약11만4000㎢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1㎢당 8MW급 부유식 해상풍력발전터빈을 설치하면 913GW(11만4000기)를 설치할 수 있다는 결론. 이용률을 40%로 하더라도 약 190GW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장 대표는 “부유식 해상풍력만으로도 우리나라 연간 500TWh인 전력소비량을 충족할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풍력터빈을 제외하고 높은 수준의 부유식 해상풍력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조선해양플랜트 강국으로 부유식 해상풍력터빈과 관련한 부유체나 계류시스템, 해저케이블 등 다수 부품이 국산화돼있다. 물론 나셀과 블레이드 등 몇 가지 주요 부품을 제외한 풍력터빈 관련 기술은 선진국 대비 70~80% 수준이긴 하지만.

이쯤에서 발칙한 상상을 해본다.

260여킬로미터에 이르는 이어도~진도 해상풍력발전 단지를 지키는 우리나라 1호 항공모함과 모함 주변을 호위하는 구축함들이 서남해안을 지키는 상상 말이다.

에너지자립도도 높이고 대외적 군사안보태세도 지키며 전설의 섬 이어도에서 풍어를 낚는 어민들의 환한 웃음을 떠올리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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