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객원 편집위원)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객원 편집위원)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끝났다. 빅딜은 아니더라도 미디움딜이나 스몰딜 정도는 가능하리라던 예상을 깨고 노딜 이라는 뜻밖의 결과였다.

선언문 없는 정상회담은 외교 통례에 흔치 않은 일이기에 세계가 놀랐다. 7년 가뭄을 끝내는 단비 같은 소식을 기대했건만, 예상치 못한 충격파에 한동안 정신이 혼미해지기도 했더랬다.

그렇지만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고, 호흡을 가다듬어 냉정하게 판단해보면 차라리 잘 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어정쩡한 상태에서 엉거주춤 있는 것보다 서로의 생각과 요구수준을 분명히 알았기 때문에 확실한 합의를 위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가능성은 더 커졌다”(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협상은 결렬됐지만, 결렬 뒤에 나온 (양쪽) 발언 자체가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었고, 과거보다 진화된 실무협상 모습을 보여줬다”(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파혼은 아니다. 조건을 따지다가 결혼식 날짜를 다시 잡아보자는 것이다. 여전히 사랑하는 사이”(김종대 국회의원) 등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빈손으로 끝난 2차 북미 정상회담이야말로 ‘봄이 오기 전 마지막 꽃시샘 바람 같은 것’이라는 말일 게다.

북한과 미국은 여전히 대화의지를 표명하고 있고, 을지포커스 등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을 계속 중단하기로 하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귀국길에 제일 먼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이 중재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하고, 노동신문은 회담을 성공적으로 평가하는 논평을 발표하는 등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북미가 먼저 판을 깨고 호랑이 등에서 뛰어내리면 죽는다는 공동인식 아래 끝까지 가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주도성이 더 강화된 것은 향후 대한민국의 활로를 열어줄 경협에 있어서도 유리한 측면으로 자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미래는 치열한 노력 없이 그냥 오지 않는 법이다. 미국과 유엔의 제재 또한 여전하다. 북은 영변 핵시설 포기라는 사실상 현 단계에서 내놓을 수 있는 모든 카드를 보여줬다. 그럼에도 유의미한 변화가 없다면 북한 내부 보수 세력의 불만이 커지고, 강경파가 득세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과의 거래에 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각이 회의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최악의 경우 북한은 다시 한 번 허리띠를 조여 매고, 자력갱생의 깃발을 들고 고난의 행군을 선택할 수도 있다. 북한의 최악의 선택을 막고, 2보전진을 위한 계기로 삼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무엇보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부탁한 중재자의 역할을 훌륭하게 완수해야 한다.
개성공단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회의를 비롯 여러 채널을 통해 북측과 접촉하고, 북미가 워킹그룹 만남을 가질 수 있도록 중재해야 한다. 특히 북미가 상대의 입장을 정확히 이해하고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적인 안을 마련하여 양자를 설득하고 일단 대화의 자리에 나오도록 견인해야 한다. 나아가 양자가 보다 빨리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때로는 북미를 강하게 압박하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둘째, 금강산관광, 개성공단을 북미대화 재개, 비핵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UN제제와 상관이 없는 금강산관광 재개, 개성공단 재가동의 필요성에 대해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북한 내부 강경파의 득세를 막고, 북미대화 재개의 계기가 되고, 개혁개방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결단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적극적으로 남북경협을 준비해야 한다.
북한 시장을 향한 노력이 선행되지 않으면 북한이 개혁 개방된다 하더라도 대한민국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제제가 풀릴 때만 기다려 가만히 앉아만 있다가는 미국, 중국, 러시아, 유렵 등 북측의 시장을 선점하려는 나라들에게 알곡은 다 뺏기고 쭉정이만 남을 수도 있다. 철도, 도로, 산림 분야의 협력 뿐만 아니라 에너지 금융 정보통신 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의 경협을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교류협력을 통해 적극적으로 북측 경협 관계자들을 만나고, 실현가능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을 설계하여, 제제가 해제되면 곧 바로 진출하여 국익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에너지 분야 태양광 경협만 하더라도 북한 태양광 관계자와의 교류와 만남을 통해 북한의 살림집 용 태양광+ESS 미니태양광, 농촌형 나노그리드, 기업소용 태양광 발전소, 경제특구용 대형 태양광 발전소, 공공건물 태양광, 건물일체형 태양광 등 북한 실정에 맞는 여러 유형의 태양광을 준비하여, 제제가 끝나면 곧 바로 다양한 협력 방식을 통해 북한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빈손으로 끝났지만 서로의 입장과 요구가 분명해지고, 상대가 가지고 있는 카드가 무엇인지 밝혀지게 되었다. 탐색전이 끝나고 바야흐로 본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부터 진정한 협상 국면으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이 기간을 대한민국이 실속 있게 보내기 위해서는 UN제제와 상관없는 금강산관광이 재개되고 개성공단이 재가동 되게 하여 북미대화-비핵화 모멘텀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능력있는 중재자가 되어야 한다. 더불어 교류와 협력, 만남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경협을 효과적으로, 내실있게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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