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주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의 돌연 사임에 따른 퇴임식이 지난 20일 대전 원자력연구원 본원에서 열렸다.

이번 하 원장의 퇴임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상 하 원장은 본인의 의사라기 보다 청와대의 정무적 판단에 의한 사퇴 압력에 옷을 벗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물론 본인도 이에 대한 정확한 의사표현을 하지 않았기에 깊은 속뜻은 알기 어렵다. 그러나 하 원장이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9개월전 원자력연구원장직에 도전한 것을 보면 원자력연구원에 대한 애정이 깊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것도 동양인 최초로 경제협력개발기구 원자력기구(OECD NEA) 원자력개발국장을 하던 상황에서 굳이 국내로 돌아와 새정부(문재인 정부) 출범이 기정사실화되던 상황에서 굳이 말썽의 소지가 있는 원자력연구원장직을 도전할 필요가 있느냐는 원자력계 인사들의 조언을 뒤로한 채.

하 원장은 탈원전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에서 불안정한 원자력정책의 기둥세우기에 나름 노력한 것이 사실이다.

국내 원전은 줄이더라도 UAE원전 수출은 지속 추진하겠다던 문 정부의 뒤엉킨 원전 정책의 적극 옹호자로 자임해 올초 UAE로 날아가 현지 원전수출 비즈니스를 온몸으로 처리했을 정도였다. 한국 원자력연구의 수장이 원전비즈니스에 나설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하 원장은 국익을 위해 명예와 자존심을 뒤로 했다.

이런 하원장이 옷을 벗게 된 이유는 하나로 모아지고 있다. 올초 원자력연구원이 국내 최초의 실험용 원자로인 트리가마크3  방사선폐기물을 연구원으로 이전하며 무단 폐기, 거래한 의혹이 감사결과 적발된 것이었는데 이를 단호하게 처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하 원장 입장에서는 관련 혐의들이 하 원장과는 무관한 일이었고 이미 10여년 전부터 자행되어온 일이라 쉽게 단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그럼에도 정부 고위층은 이 이유를 들어 하 원장을 내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입에 달면 삼키고 쓰면 가차없이 뱉는다(감탄고토甘呑苦吐)는 고사가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래가지고서는 좋은 인재를 곁에 두기 어려워진다”는 원자력계 노(老)교수의 지적은 하 원장 퇴임과 문재인 정부 인사 난맥상을 보며 느끼는 단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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