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수요예측치보다 실제수요 급증, 최대치 기록
냉방수요 급증 원인, 태양광 증가로 피크시간대도 오후5시로 늦어져

▲ 2018전력수급 전문가 컨퍼런스가 17일 오후2시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김진우 연세대 교수가 발표하고 있는 모습.

110년만에 찾아온 폭염으로 올여름 하계수요는 역대 최대인 9248만kW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789만kW가 늘어난 수치로 정부가 예측한 8830만kW보다 418만kW 증가한 수치다.

이에대한 진단과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한전기학회(전력기술부문회)는 9월17일 오후2시 서울 코엑스(317호)에서 수급현황 분석 및 미래 전력수급 점검을 위한 '전력수급 전문가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올 여름 폭염에 따른 전력수급 및 전기사용 현황을 진단하고 기후변화에도 전력수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였다.

이날 행사에는 학계, 한국전력, 전력거래소, 발전사 등 전력수급 관련 국내 전문가 100여명이 참석, 에너지전환정책 추진 이후의 전력수요 패턴 및 대비책에 대한 관심을 반영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논의된 핵심은 ▲하계피크 목표치가 달라진 원인 ▲하계피크 발생시간 변화 원인 ▲일반용 냉방부하 요인 변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올 여름 구성된 ‘전력수급 자문T/F’ 관련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주제발표와 토론이 이어진 이날 컨퍼런스에는 올 여름 전력수요 오차 및 전력수급 분석, 기후변화와 연계한 중장기 전력수급 전망 점검 등 전력수급 대책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와 개선방안에 대한 발표가 진행됐다.

3차에너지기본계획 전력수급 T/F 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연세대 김진우 교수는 "올 여름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증가했고 공급 예비력이 하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큰 무리 없이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긴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력 당국을 중심으로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한 결과, 공급능력과 추가적인 예비자원을 충분히 확보하면서 폭염에도 수급안정이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당초 예측수치보다 전력피크가 늘어난 것이 사실이고 피크도 오후 3시에서 5시로 늘어난 것은 재생에너지 확대 영향이 크다"며 "향후 피크시간대 변경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대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7월초 발표했던 올 여름 최대전력 예측치 8830만kW는 기온이 평년 대비 3.3도 상승하는 가혹한 조건을 상정한 결과였고 이상한파가 찾아왔던 지난 겨울의 최대전력 8824만kW를 상회한 수치였다. 그러나 110년 만의 폭염이 지속되면서 실제 최대전력은 7월24일 9248만kW를 기록했다.

김 교수는 여름철 실제기온을 하계 수요예측 모형에 입력할 경우 예측치는 9230만kW로 오차율은 0.2% 수준이라고 설명하면서 현재 사용 중인 모형은 유효한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향후 한반도 기후변화와 신재생 설비 증가 등 불확실성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전력수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력당국이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전력은 자동원격검침시스템(AMR)으로 취득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업종별 수요패턴을 분석했다.

한전 공성배 전력수급처장(박사)은 "7월24일 최대전력시 수요를 계약종별로 보면 산업용 4280만kW(46%), 일반용 2865만kW(33%), 주택용 1475만kW(16%)의 순서였다"며 "올 여름 폭염이 지속되면서 냉방수요가 급증했고 이에 따라 전체 수요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최대전력시 냉방수요는 전체 수요의 30.6%인 2829만kW로 2016년 폭염 당시의 27.3%보다 3.3%p 증가했다는 통계를 근거로 들었다.

공 처장은 "그간 여름철 최대전력은 오후3시경 나타났으나 최근 최대전력 발생시점이 오후5시경으로 이동했다"며 "맑은 날 이같은 현상은 더욱 분명하게 나타나는데 이는 소규모 태양광발전이 확대되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확대될 경우에 대비하여 실시간 수요예측과 전력계통 분석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상청 예보 전문관 김용진 과장은 '2018년 여름철 기상특성과 전망'이라는 주제발표에서 이상기온, 국지적 폭우 등 한반도의 기상 현황과 향후 기후 전망을 발표했다.

김 과장은 "올해는 6월 하순부터 티벳 고기압이 형성되면서 7월11일에 중부지방 장마가 조기 종료되었다"며 "기상청은 이후 북태평양 고기압 발달과 동서방향 기압계에 의한 대기상층 파동현상이 지속되면서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된 것"으로 분석했다.

김 과장은 "전력수요는 기상조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지난 1994년과 올해의 폭염기록으로 볼 때 이상기후 발생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올해 이상고온의 영향으로 최대전력이 전년 대비 9.3% 증가했지만 공급예비력을 700만kW 이상 확보하면서 안정적인 전력수급 상황을 유지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유승훈 교수는 "올해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수요예측 오차와 같은 불확실성이 발생하더라도 공급능력이 충분히 확보된다면 전력수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각종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별도의 예비율을 9%나 설정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도 수급 안정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동일한 수요예측 모형을 사용한 7차수급계획과 8차수급계획의 전력수요 전망치를 비교한 부분도 유 교수의 발표에서 눈길을 끌었다.

유 교수는 "결국 두 계획에서 전망치간 차이는 GDP, 기온 등 입력전제의 차이에서 비롯되는데 7차계획은 GDP를 과다하게 반영하면서 올 여름 최대전력과 유사한 전망치를 산정했고 실제 올 여름 기온을 반영하면 9748만kW라는 높은 수치가 나온다"고 말했다.

8차 계획 모형에 실제 기온을 반영할 경우 9124만kW가 산정돼 실제와의 오차율은 1.3% 수준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어진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신재생 확대, 전기사용패턴 변화 등 전력산업 여건이 변화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해서는 당국의 노력 뿐만 아니라 학계 차원에서도 끊임 없는 연구와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에서는 이상기온이 발생하더라도 국민들이 불편함 없이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학회를 중심으로 전력수급 현황과 전망에 대해 자주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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