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민 채용, 현지조달 강화 등 중점 요구…진출 기업에 부담 작용 예상 / 유망 현지 업체 발굴과 협력 등 ‘Make With 중동’ 전략 필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주요국들의 석유·가스 프로젝트 입찰시 현지화(Localization) 요건을 강화하면서, 유가 회복세로 숨통이 트일 것 같던 양국 프로젝트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나타났다.

KOTRA는 25일 발간한 ‘사우디 IKTVA, UAE ICV 제도 도입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사우디 ARAMCO의 IKTVA(In-Kingdom Total Value Add) 제도와 UAE ADNOC의 ICV(In-Country Value) 제도의 영향을 분석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사우디가 지난 2015년부터 IKTVA 제도를 시행 중인 가운데, UAE도 2018년 ICV 제도를 도입, 중동 국가에 현지화 정책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현지화 정책은 자국 프로젝트에 참가하려는 해외 기업에 채용이나 조달, 생산 등 현지진출 조건을 부가함으로써 고용 창출, 산업육성 효과를 거두려는 정책을 말한다.

IKTVA는 자국민 채용에, ICV는 현지 조달과 하도급 등 산업 육성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양국은 ‘사우디 비전 2030’, ‘UAE 비전 2021’을 통해 탈석유, 경제다각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한동안 지속된 저유가로 정부 재정 압박이 심해지자 현지화 정책을 확대·강화한 것이다.

주관처는 국영 석유회사인 사우디 ARAMCO와 UAE ADNOC다. 석유생산량 기준 각각 세계 2위, 10위인 사우디와 UAE는 이들 국영석유사가 국가 핵심 프로젝트인 석유산업 관련 프로젝트의 발주처이다. ARAMCO가 향후 10년간 4,140억 달러, ADNOC이 향후 5년간 1,090억 달러의 석유산업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발주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 기업은 현재 현지화 수준이 낮은데다 단기간 내 확대도 쉽지 않아 IKTVA와 ICV가 양국 석유 프로젝트 시장 진출 시 새로운 진입장벽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KOTRA가 건설사 등 사우디와 UAE에 진출한 47개 우리 기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UAE 진출기업의 61%, 사우디 진출기업의 68%가 현지 사업액 기준 현지화 달성도가 30% 미만이었다.

2020년까지 현지인 채용 70%를 목표로 하는 사우디나, ICV 최고득점사에 가격 관련 우선협상권을 주는 UAE에서의 프로젝트 수주 전에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들은 제도 분석과 시장 여건의 면밀한 파악을 바탕으로 기업과 지역별 특성에 맞는 대응 전략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단기적으로는 현지화 산식에 대한 이해, 재무시스템 개선, 현지화 증빙 확보가 필요하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우수 파트너사 확보, 엔지니어링 센터 설립을 통한 현지인 엔지니어 육성 등 적극적인 현지 진출 기반을 확보하고 우리 인력의 현지취업과 연결시키는 전략도 고려할 수 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UAE 진출기업들은 현지 생산 보다는 현지 채용과 현지 조달을, 사우디에서는 현지인 채용에 이어 현지 생산을 고려한다고 응답했다.

다만 자국민 복지수준이 높은 산유국에서 현지인 채용은 고임금, 저효율로 이어질 수 있고 생산시설 설립도 3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다. 사우디, UAE 모두 플라스틱 제조 등 일부 석유화학을 제외하고는 제조업 기반이 아직 약한 수준이다.

한편 권용석 KOTRA 중동지역본부장은 “산유국 프로젝트 시장 진출을 지속하기 위해 국별 현지화 조건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현지 업체와의 협력을 통한 ‘Make with 중동’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KOTRA는 우리 기업들을 대상으로 신속하게 현지 정책 내용을 공유하고 유망 현지 업체와의 네트워킹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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