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회(녹색드림협동조합 이사장)

▲ 허인회(녹색드림협동조합 이사장)

정부는 작년 12월 14일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그리고 뒤이어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안)을 발표했다. 두 안은 기본적으로 중앙집중형 전원시스템에서 분산형 전원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전제한다. 그리고 전환은 시민 참여와 재생에너지의 확대로 구체화 된다.

현재 우리나리는 전체 전력량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7%로 독일(29.3%), 영국(24.7%), 프랑스(17.3%), 일본(15.9%), 미국(14.9%)에 비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에서 폐기물과 바이오 비중이 42%로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재생에너지 발전이라 볼 수 없다.

이행계획(안)에서 정부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높이고 재생에너지 설비용량(누적)을 63.8GW까지 보급하며 동시에 신규 설비 95% 이상을 태양광, 풍력 등 청정에너지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기본 방향은 삶의 질을 높이는 참여형 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이다.

구체적 이행 방안으로 정부는 ▲국민참여 확대(지역 고려 도시형, 농촌형 태양광활성화) ▲지자체 주도 계획입지 도입 ▲대규모 프로젝트 ▲재생에너지 보급여건 개선 ▲환경을 고려한 재생에너지 확대 ▲분산전원 기반 에너지新산업 육성 등 9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의 야심찬 계획이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렇기에 이행계획(안)을 보며 들었던 몇 가지 우려스러운 점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선 정부가 재생에너지의 수치적 확산을 이끌어내기 위해 성급하게 움직이지 않기를 바란다.

수치적 확산에 매몰될수록 정부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주도하고자 하는 마음이 클 것이다.

그렇기에 정부는 2030년까지 23.8GW 수준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정부는 대형발전사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RPS 의무 비율을 상향 조정할 것이라 밝혔다. 그리고 대규모 프로젝트의 이익을 대형발전사가 독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없애기 위해 주민 참여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모델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대규모 프로젝트 설치용량을 전체 설치용량에서 37%로 설정하고 있지만 재생에너지의 확산을 성급하게 추진할 경우 목표는 언제든 상향조정될 수 있다. 결국 이는 중앙집중형 전원시스템의 골격이었던 대형발전소에 의한 에너지 생산 독점으로 귀결될 수 있다.

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발전 시장의 장점은 대형발전소의 에너지 독점 생산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직접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프로슈머 시장 구조라는 것이다. 서울시에서 진행 중인 베란다형 미니태양광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일상 속에서 에너지가 생산되고 소비되는 것을 직접 경험한다면 사람들은 에너지의 소중함을 느끼고 그를 통해 에너지에 대한 절약을 배울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어디에서 생산된지도 몰랐던 에너지의 생산에 관심을 가질 것이며 그것이 대형발전소 건립을 통해 발생되는 다양한 사회적 비용에 대한 관심으로 이동할 것이다.

에너지 소비에서 에너지 생산·소비로의 프레임 전환은 과거 자신들의 에너지 소비로 인해 피해 받았던 밀양할머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생산을 넘어 밀양할머니의 인권의 문제이며 미래세대의 안전과 쾌적한 환경에 대한 인권의 문제이다.

따라서 인권으로서 요청된 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에너지는 거대 발전사에 의해 대형발전소를 건립하고 지방에서 생산된 전기를 다시 중앙으로 송전하여 다시 재분배하는 중앙집중형 전력 시스템인 기존의 방식으로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

재생에너지의 생산과 소비는 동일한 장소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므로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은 재생에너지의 수치적 확대라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두 번째로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다양한 계층의 주민 참여와 주민 참여 지분 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행계획(안)에서 제시된 주민 참여 신규 모델은 채권을 구매할 수 있는, 출자금을 낼 수 있는 주민만을 상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규모 프로젝트가 이루어지는 지역에서 채권을 구매하고 출자금을 낼 수 있는 주민은 해당 지역의 유지들일 것이다.

이는 결국 해당 지역의 기득권 세력에게 신산업에서의 기득권을 점유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는 격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다양한 지역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 하나를 제안하자면 50여개 기업을 통해서만 제공되는 ESCO 자금(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 연리 1.5%로 10년 분할 상환)을 국민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사업 목적을 확대하고 국민 전체에게 개방·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는 국책 금융기관과 신용 보증 기관 등을 통하여 ESCO 자금 등의 소매 금융제도를 만들고 현재 한전의 전기 매입 제도인 20년 보장 RPS 매입제도, 발전차액 지원제도(FIT)등을 작은 마을 단위로 활성화되도록 자금지원을 한다면 지역의 다양한 주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주민 참여 지분도 보다 확대될 것이다.

하지만 한정된 자본을 국민 개개인 단위로 일정 규모(수억원 단위) 이상의 자금을 지원할 수는 없으므로 정부가 국민참여 확대 방안으로 제시한 마을 태양광 협동조합 활성화 등을 통해 마을 단위의 협동조합원들에게 해당 자금을 합리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도시 및 농어촌 지역에서 마을마다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각 협동조합에게 ESCO 자금 등을 지원하여 저금리로 신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 발전을 할 수 있게 한다면 각 지역단위의 에너지 자립뿐만이 아니라 거대한 일자리 창출 효과와 공동체 회복도 얻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협동조합의 설립과 운영을 도와줄 수 있는 센터 및 태양광협동조합 지원을 위한 사회적 협동조합의 확대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조합원으로서의 권리뿐만 아니라 의무와 책임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프로그램이 각 지역사회에 구축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관주도의 기존 새마을 운동의 이름만 다른 버전이 될 수 있다. 협동조합의 핵심은 자발적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운영이다. 이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수 없다. 민·관의 협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전제하지 않으면 협동조합은 설립과 동시에 출자금의 배당을 둘러싼 이전투구 현장으로 변할 것이다.

재생에너지3020 이행계획(안)을 통해 정부는 시민 참여 재생에너지 확대의 의지를 천명했다.

이에 매우 공감하며 반드시 성공하기를 바란다. 성공을 바라는 마음에서 몇 가지 적어보았다.
▲정부는 재생에너지의 수치적 확산을 위해 대규모 프로젝트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대규모 프로젝트에 다양한 주민이 참여할 수 있고 주민참여 지분을 확대하기 위해 ESCO자금의 목적 확대와 개방이 이루어져야 한다 ▲협동조합 설립과 운영을 지원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의 확대와 협동조합의 원리에 대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각 지역사회에 구축되어야 한다. 재생에너지3020 이행계획(안)은 제목 그대로 ‘안’일뿐이다.

정부는 이후 시민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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