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3분대기조’ 전력수급 비상시 즉각 투입 “이상무”

양양양수빌전소 상하부댐 합성사진(양양양수발전소 제공)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국내 에너지정책이 환경친화적인 신재생에너지 대폭 확대로 전환되고 있다. 신재생 3020 프로젝트가 현실화되면 오는 2025년을 기점으로 화력발전 중심에서 태양광, 풍력,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의 전면적인 등장과 기존 석탄화력 및 원전의 축소가 피부로 느낄 정도가 될 전망된다.

이같은 에너지전환 정책은 인류가 산업혁명을 거치며 성장중심의 패러다임을 펴온 결과물인 이산화탄소 증가와 이로인한 기후변화의 극복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자연과 함께하는 자연친화적 에너지가 기술의 발전과 함께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원자력발전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현재로서는 가장 합리적인 친환경에너지임에도 사고 발생시 배출되는 방사능 오염 때문에 점차 사라져야 할 브릿지 에너지로 최근들어서는 탈원전 정책의 올가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석탄이나 석유와 달리 한번 불이 붙으면 3개월 이상 장기적으로 태워야 하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원전은 자신이 생산한 전기를 효율적으로 써야 했고 그래서 나온 친구가 양수발전이다.

남는 전기를 이용해 물을 높은 곳에 끌어 올려놓고 전기가 부족 하면 낙차가 큰 수력발전의 원리를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그야말로 환경 친화적인 발전원이 양수발전이다. 그러나 양수발전이 아무곳에나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대평원이나 몽골 평원, 유럽의 평원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산악지형이 있어야 하고 우리나라처럼 지각변동에 의한 동고서저 지형처럼 급경사지여야 최적지다.

지난 2006년 9월 준공된 양양양수발전소는 이러한 논리에 가장 근접한 양수발전소의 교과서다.

국내 최대 규모이자 전세계적으로도 2단 낙차방식을 쓰는 유일한 대형 양수발전소가 양양양수발전소.

백두대간 700고지에 자립잡고 있는 상부댐 전경

양양양수발전소는 국내 양수발전소 7기중 최대 규모인 100만kW의 설비용량을 갖추고 있다. 원전1기의 발전규모다.

가장 최근에 지어진 예천양수(80만kW)와 산청양수(70만kW), 청송, 삼랑진, 무주양수(60만kW), 청평양수(40만kW) 등 6기가 그 뒤를 잇는다.

양양양수발전소는 인제군 진동리에 속한 상부댐과 양양군에 속한 하부댐, 그리고 지하 150미터 깊이의 지하발전소로 구성되어 있다.

상부댐에서부터 깊이를 측정하면 약 800미터가량 된다고 하니 수력발전으로 치더라도 이정도의 높이라면 엄청난 발전을 할 것으로 짐작된다.

양양양수발전소 하부댐 전경

양양양수발전소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던 1999년 깨끗한 옷도 입지 않은 투박한 양양양수발전소 지하발전소 건설현장을 취재한 바 있는 기자로서는 18년 만에 찾은 이곳이 마냥 궁금했다.
만추를 지나 겨울로 들어서는 11월 말의 양양양수발전소는 18년 전에 비하면 화려한 옷을 입은 세련된 18세 소녀로 변신해 있었다.

양수발전은 대규모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설비 특성상 빠른 시간 안에 수요증가에 대처할 수 있어 전력계통의 ‘3분 대기조’라는 말을 전력계에서는 통상 사용한다.

3분 대기조 답게 기자가 방문한 11월26일도 지하발전소 현장은 긴장감이 맴돌았다.

4기의 발전기 가운데 4호 발전기는 오버울 정기점검으로 쉬고 있을 뿐 나머지 3기는 즉각 투입할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참고로 지하발전소는 사진촬영이 금지돼 있어서 보여주지를 못한다.

분당 600번 회전하는 25만kW급 발전기 4대가 지하발전소 입구에서 1킬로미터 안에 처박혀 있다. 변압기는 12대. 지하 120미터에 발전기 4대와 함께 각자의 방에 위치하고 있음을 확인했는데 18년전 당시와 변한 게 없다. 세월의 흔적이라도 보여야 했건만 속은 그대로였다.

이곳의 발전기는 양수기 역할을 하는 동시에 발전을 담당하는 터빈펌프이기도 하다. 현장 설명을 맡은 한수원 양양양수발전소 홍순철 차장은 “발전기가 시계방향으로 돌면 전기를 생산하고 반대로 돌면 하부 저수지 물을 상부댐으로 끌어 올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을 끌어올리는데 11시간 4분이 걸리고 상부에 저장한 물을 떨어드려 발전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최대 9시간 24분이라고 한다.

손병오 양양양수발전소장

양양양수발전소는 아시아 최대인 819미터의 고낙차를 자랑한다고 한다. 낙차가 클수록 발전효율은 비례한다.            

양양양수발전소는 전력수급 비상시 전력계통의 마지막 보루역할을 수행한다.

정지상태에서 최대출력에 이르기까지 원전은 24시간, 석탄화력은 7시간, 가스복합화력은 1시간30분이 걸린다. 이에반해 양수발전은 말그대로 즉각 투입이 가능하다. 

지난 7월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에서 양양양수발전소장으로 부임한 손병오 처장은 “양수발전은 기동 소요시간이 3분에 불과해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위기상황에서 비상전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력수요가 급증하거나 정전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자체 기동발전을 통해 다른 발전소에 기동용 전기를 공급하는 지원역할을 맡는다”고 강조했다.

손 소장은 역시 발전소 책임자 답게 발전소가 주변지역 지원사업과 사회공헌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양양수발전소 본관 전경

올해에도 발전소 주변지역 다문화가정 등 10세대를 대상으로 집고쳐주기를 실시했으며 전직원이 참여해 주변지역 과수농가, 표고버섯농가 일손지원, 노인요양센터 김장담그기 및 전기수리 봉사활동을 펼쳤단다.

취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홍보관인 에너지팜을 잠시 들렸다. 안내를 맡은 여직원 3명 모두 양양 처녀들이었다.

굳이 말하려 하지 않았지만 기자의 고향도 양양인지라 뉘집 자제인지 물어 보았다.

만약 양양양수발전소가 없었다면 이들중 1명은 분명 서울 등 대도시로 나가 살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양양 양수가 있는 덕에 어여쁜 이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만추를 지나 입동의 에너지팜을 지키고 있다.                

양양양수발전소 홍보관인 에너지팜 전경

양수발전은 재조명 받아야 할 자산임을 확인했다.

20년전 양양양수발전소 건설당시에는 환경단체들이 백두대간에 발전소를 짓는다고 엄청난 반대를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야말로 자연친화 그대로의 모습임을 증명하고 있다.

유지보수만 잘 하면 100년을 이어간다고 하니 양양양수발전소는 앞으로도 80년을 청정에너지원으로서 국내 에너지시장을 뒷받침할 것이다.

만약 그기간 동안 다른 화석연료 발전을 한다고 가정해볼 때 이만한 청정에너지는 없을 것이란 확신이 상경하는 차안에서 느낀 감회다.

양양=이만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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