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부지역 차단기 고장으로 발생
노후 송변전시설 대규모 교체 필요성 제기

▲ 한전은 12일 전국 전력관리처장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안정적 전력공급 서비스 방안을 논의했다.

전력관리체계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충분한 전력예비율에도 불구하고 송변전 계통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규모 정전사고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지난 주말에 입증됐다. 

일요일이던 지난 6월 11일 낮 12시 53분경 영서변전소(345kV) 차단기 고장으로 인해 서울 구로구, 금천구, 관악구 등 서울 서남부 일대와 경기 광명시 등에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한전은 20여분 뒤인 오후 1시 15분경에 전기가 신양재변전소로 우회 공급되면서 정전 사태는 멈췄다. 안전을 위해 자동으로 차단된 고객시설 설비도 오후 2시까지 수동복구를 완료했다.

그러나 단 20여분의 정전에 피해는 컸다.

공장이 가동되고 일상 업무를 보는 평일이었다면 그 피해는 더 컸을 것이다. 다행이 전력수요가 많지 않은 일요일이었는데도 일대 19만 가구가 피해를 입었다. 신호등이 꺼지고 영화관, 쇼핑몰과 아파트의 승강기가 멈추어 사람들이 갇히는 등 큰 혼란이 빚어지면서 많은 시민이 피해를 입었다.

같은날 오후 5시 16분경 대구시 달서구 본동 등 7개 동에서도 정전이 발생했다. 한전은 긴급 복구에 나서 정전 16분 만인 오후 5시 32분께 전력 공급을 재개했다.

정전으로 이 일대 3천700여 가구가 불편을 겪었으며 승강기 갇힘 사고도 2건 발생했으나 무사히 구조됐다.

사고 유무를 떠나 이정도의 대처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처 능력이 아니라 이러한 유사 사태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전력체계의 핵심은 하계 및 동계 전력집중 소요에 필요한 전력을 충분히 비축하고 있느냐였다. 즉 전력예비율이 충분한가였다.

지난 2011년 9월15일 발생한 9.15대정전의 트라우마가 너무 큰 탓이다.

우리나라 전력송변전 시설은 대규모 교체시기가 임박했다.

실제로 이번에 발생한 일요일 정전사고의 원인은 변전소 노후차단기 내부 절연이 파괴되면서 작동이 멈춘 설비고장 때문이었다. 해당 제품은 국내 전력설비 주공급업체인 효성중공업 제품으로 수명연한 15년을 넘긴 차단기로 알려졌다.

이러한 노후 시설은 전국에 산재해 있다.

변전소 뿐만 아니라 노후 송전시설도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노후 송전선로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대규모 정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2006년, 2007년 뉴욕에서 발생한 대정전 사고 원인은 노후 송전선로 절연으로 발생했다.

우리나라도 30년이 넘은 노후 송전선로 및 변전시설 교체의 필요성이 임박했음을 이번 사태는 보여주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번 주말 정전사고와 관련, 한전이 전력망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 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1년 12월 6일 울산 공단에서도 일어난 정전사고의 원인도 차단기 내 내부 절연이 파괴되면서 일어난 것으로 당시 이 정전사고로 울산공단 입주기업 등 457개 사업장이 332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당시 정부합동조사단은 절연 파괴 원인 중의 하나로 차단기 재사용으로 인한 노후화를 꼽았다는 것이다. 한전이 원전과 석탄건설, 초고압 송전탑, 원전 해외 투자 등에 한 눈 파느라 정작 본업인 전력망 관리는 소홀한 것은 아닌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전 김동섭 기술본부장은 “중장기적으로 변전소 설비 현대화 및 지능형 고장예방체계 구축에나설 예정”이라며 “약 4000억원을 투자하여 옥외철구형 변전소 28개소를 2019년까지 옥외GIS화하고 2020년까지 국가산업단지 등 주요 변전소 모선보강 및 전력계통을 이중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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