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경제적 수익은 Compliance가 먼저 선행돼야 가능

기업의 법적윤리 준수를 통한 사회적 利器로 함께 공생한다는 인식 돼야
기업범죄로 인해 줄 도산한 경험이 있는 일본 사례를 他山之石 삼아야

1980년대 자유주의 사조는 성장 중심의 경제활동에 힘을 실어 주면서 세계화에 대한 격렬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으며, 세계화의 암울한 그림자에 노출된 사회적 약자와 소외 계층에 대한 사회적 과제가 공공정책의 범주에서 논의되었다. 그러나 정부 정책의 실패는 이러한 사회적 과제는 더 이상 공공 영역이 아닌 민간 영역에서의 지원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고, 이는 기업이 담당하여야 할 책무로서 기업의 사회적책임이 수면위로 부상하게 되었다. 자유지상주의 경제 이론은 생산에 필요한 자원확보와 수익 극대화 추구가 선이라는 의식 속에서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생산 거점, 유통 거점을 지구촌 규모로 확대하면서 거대한 다국적 기업이 출현하였다. 특히 1995년 기존 GATT체제에서 WTO(세계무역기구)체제가 출범하면서 지구는 하나의 거대 시장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기업은 이러한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에 돌입하게 되고 경쟁에서 이기는 자만이 사회적 존재로서 인정받음에 따라 생존 자체를 목표로 치열한 경쟁 수단에 매몰되는 과정에서 도덕적 의무는 그 자리를 양보하게 된다. 대형 기업 범죄는 기업 활동의 전 영역에서 발생하였고 그 피해도 지구촌 규모로 발생하기도 하였으며, 피해 정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를 정도로 일정한 수준의 법의 보호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이 도산의 결말을 맞이하였다.

초기 CSR은 기업을 자연인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존재로서 인식하고 자연인과 동등한 권리능력과 행위능력을 인정하면서 도덕적 의무를 준수할 것을 기대하였다. 가장 기본적인 법적윤리를 준수케 함으로써 기업이 사회적 敵器가 아닌 利器로서 공생하고, 기업과 사회와의 상호작용의 주요한 대상으로 여겨 왔다. 산업화 초기의 법적 태도는 친기업적이며, 현대 국가 정책도 산업중심의 정책을 유지하는 이상 기업의 보호 측면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탐욕과 마찬가지로 기업이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끝없는 탐욕은 인간의 탐욕보다 그 피해가 크고 치명적이어서 이들 탐욕의 억제를 법적 관점이 아닌 윤리적 범주에서 규명해야 한다는 논의가 제기되기 시작하였다.

CSR이 논의되기 시작한 이론적 근거는 철학적 사유에서이다. 기업이 CSR에 대한 이론적 규범을 어려워하는 이유도 기업 활동을 윤리학, 철학, 사회학적인 인문학 관점에서 관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쾌락주의적 공리주의자인 밴덤은 최대다수의 행복(선)의 계량화에 한계점이 지적되었으며,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J.S. 밀은 규범주의적 공리주의를 제안하고 있다. 국가의 입법 과정에서 공리주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들은 기업이 행위를 한 결과에 대한 법 적용에 일정한 기여를 한다. 한편, 이성적 판단에 따른 행위의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서 도덕적 의무를 볼 것을 주장하는 칸트는 절차적 정당성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관계에서 기업 활동을 하기에 기업활동 의도, 결과의 예측성 모두를 명확히 할 수 있도록 동일선상에서 사업이 가능한 조직 체제를 구축하여야 한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세계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불확실의 사회현상을 맞이하게 된다. 뉴욕의 중심부가 종교적 반목에서 테러의 대상이 되었고, 대기업의 방만하고 무분별한 경영이 기업 범죄를 조성하여 도산하였으며, 세계적 경기 불황으로 인한 일부 국가 부도위기 등으로 실업과 빈곤이 화두가 되었고, 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하여 이로 인한 선량한 시민의 피해가 세계 곳곳에서 문제가 되었다. 과학과 기술의 급격한 발달과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은 범죄가 지능화, 첨예화, 광역화되었고 이에 대한 대응은 개별 국가 차원에서 가능한 차원을 넘어섰으며, 공공재로서의 자연환경은 영구적으로 복구가 불가할 것이라는 절망적인 보고 등은 기업의 이기심에 대한 자성만이 아닌 소비자의 이기심에 대해서도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이러한 제반 ‘인간적·사회적과제’는 특정 기업, 특정 사회, 특정 국가가 해결할 수 없는 것임을 알고, 글로벌 차원인 ‘인류애’로 호소하기 시작하고 “이해관계자(stakeholder)”라는 개념으로 흡수하면서 기업, 소비자, 비영리조직, 국가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지구적 과제임에 대한 자성이 있었다.

기업은 공급망의 전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에게 정(正)의 가치를 증대시키고 부(負)의 가치를 감소시키기 위한 자구적 노력이 배증되었고, 소비자는 기업 활동에 날카로운 감시의 눈을 떼지 않으면서 그들 스스로 正의 가치 창출에 기여하기 위한 행동지침을 설정하고 있다. 정부 및 국제조직은 이러한 가치실현을 지원하고 평가하기 위해 다양한 이니셔티브를 제안, 활용하고 있다.

‘甲乙關係’의 사회구조는 법령준수에 대한 국가 수준을 보여준 전형적 행태
‘전략적CSR’의 기본은 규범 준수와 혁신을 통한 조직의 가치창출에서 찾아야
제4차 산업혁명의 성공적 선진사례는 人, 自然에 대한 사회적책임 이행 결과

그러나 기업이 살아있는 조직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건은 수익창출에 있다. 수익창출이라는 경제적 효과와 사회적 제 문제를 민간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사회적 가치를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전략적 경영이 필수적이다. 전략적 경영의 핵심은 시장의 확대, 경쟁우위성, 브랜드 가치 제고에 두고 있다. 전략 경영에 대한 하버드 대학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 교수와 캐나다 맥킬 대학의 민츠버그 교수의 의견은 탁월하다. 이미 성숙된 선진 시장에서의 시장 확대보다 새로운 공유가치를 통해 신규 시장을 창조해야 한다는 것이 포터 교수의 주장이다. 신규 시장을 저소득 계층(BOP)을 대상으로 한 기업의 수익창출과 포괄적 공헌을 동일선 상에서 구축하여야 한다는 프라하라드 교수의 제안도 상당히 의미가 있다. 포터 교수가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경쟁우위 전략은 그의 연구 실적에 맞게 점차 기업에서 국가, 글로벌 단위로 그 외연을 확대해 가고 있기에 추가적인 그의 연구 결과에 기대하는 바도 크다. 또 브랜드 가치 제고는 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중요한 포인트이다. 브랜드에 대한 가치는 무형의 비재무적 가치로 전략적 CSR의 요체라 할 수 있다. 기업활동 과정에 관여된 다양한 이해관계자 이외에 기업활동의 간접적 영향권에 있는 이해관계자도 중요하기에 이들과의 대화 채널을 어떻게 구성하고 어떠한 참여를 유도할 것인가도 전적으로 기업의 몫이다. 전략적 CSR을 통해 기업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진하기 위해 기업은 혁신(innovation)이 전제되어야 한다. 천재적 발명가 에디슨은 수요가 있는 곳에서 발명이 탄생한다고 하였다. 전략적 CSR은 모든 분야에서 혁신을 필요로 한다. 시장을 창조하기 위해 제품과 기술에 대한 혁신이 있어야 하며, 환경적·사회적 문제를 기업의 장기적·지속적 발전과 연계시키기 위해서는 조직의 전략적 혁신이 요구된다. 빈곤과 위생 등 사회적 문제를 파악하고 이러한 문제 해결을 사업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시장 개척에 대한 혁신,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최고의사결정자의 의지와 기업 조직의 투명성을 알리기 위해서는 조직 개발의 혁신도 간과할 수 없는 과제이다.

20세기 말과 21세기 초에 불과 몇 년 만에 기업범죄로 인해 대기업이 줄 도산한 일본은 그들 스스로 2003년을 CSR의 기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때부터 일본은 본격적으로 CSR에 대한 논의에 격론의 불을 점화하기 시작하였고, 일본 기업 문화에 내재되어 있는 악습을 제거하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하고 있다. 초기 CSR의 방향은 철저하게 법령준수(compliance)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였고 소비자 단체 등 NGO, NPO 등의 감시의 눈빛으로 인해 가시적 결과가 나오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응으로 기업의 사회공헌을 향한 힘찬 행보가 지속되고 있다.

대기업의 수직 계열화를 통한 독점적 거래 관행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일명 ‘甲乙關係’라는 말이 오락 프로그램 등에서 풍자되면서 사회전반에 깔려 있는 거래의 종속적 관계에 대한 사회 구조적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된 적이 있다. 그 발단은 모 유업회사의 대리점에 강제적 밀어내기가 원인으로 이를 거부하려는 대리점 점주와의 마찰로 그 전모가 밝혀지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퍼진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깊은 저변에 깔려 있는 ‘갑의 횡포’로 공정성이라는 윤리적 가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악습적 관행이라 할 수 있다. 실제 갑을관계는 기업간의 거래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배와 복종의 사회적 시스템에서는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명령계통의 지휘체제로 이해하지만 사회적 규범이 허용되는 범주에서 용인되어야 할 것이다. 뇌물, 부패, Sexual Harassment, 인권침해 등에 대한 조직적, 사회적 문제가 지나친 용인에 대한 그릇된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라 보면, 우리의 법령 준수(compliance)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보여 진다.

기업의 사회적책임에서 법은 최소한의 기준이다. 이미 선진국이 그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첨단 의식으로 무장한 채 세계 시장을 노크하고 있는 이때 법적 정비를 가지고 옥신각신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만 하다. 부패방지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입법은 정작 甲에 해당하는 조직의 옹졸한 대응으로 절름발이 입법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기업 간 상생에 대한 논쟁도 뜨겁다. 자유경쟁체제에서 정부가 시장을 분할하여 적합 업종을 결정하는 것은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를 책정하게 된 배경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중소기업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개발한 제품을 대기업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 지적재산권이 ‘갑의 횡포’로 갑의 소유가 되어 갑이 시장지배권을 갖는 경우가 있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개발한 지적소유권에 대한 침탈은 비일비재하다. 대기업은 경쟁우위적 요소와 브랜드를 통해 중소기업보다 유리한 시장진입조건과 시장지배적 요소가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경쟁할 경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된다. 당연히 중소기업은 시장에서 퇴출하게 되고, 대기업은 독점적 시장 지배권을 유지하게 되면서 독점의 전형적인 형태인 가격상승으로 이어지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이전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구매하는 생필품에 대한 대기업의 접근에 대해서는 정부간섭 (paternalism)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폐쇄된 시장 환경에서의 접근방법이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군의 시장 참여를 배제할 경우 이제는 국제적 분쟁의 씨앗이 될 수도 있기에 지나친 정부 개입은 검토해 봐야 할 일이다.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대안으로는 중소기업은 지역 커뮤니티와의 관계 형성이 중요한 대응책이며, 끊임없는 제품과 서비스 혁신이 있어야 한다. 지역 주민과의 밀착 경영, 지역사회발전에 대한 공헌, 지역소득증가에의 기여 등이 일상화되어야 할 것이다.

사회의 안전과 안정을 위한 사회안정망 구축에 정부가 혼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실업과 빈곤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세워 사회복지 예산을 대폭적으로 상향 조정하고 있다. 불공정 거래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관계당국은 관련 법률을 수정하고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환경에 대해 윤리적 소비를 주장하는 소비자 단체의 목소리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기업이 변화를 모색하여야 한다. 기업의 통치에도 혁신적 변화가 필요하다. 기업 내부에서 발생하는 정보에 대한 자발적 발신이 있어야 함에도 조직 구성원의 통제는 내부고발을 억제하고 있다.

21세기 글로벌 기업은 규모의 확장을 추구하기 보다는 강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 주력하여야 한다. 강한 기업은 규범 준수와 혁신이 선행되어야 함에도 이 길은 지금 우리 기업 현실에서는 아득히 멀어 보이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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