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원전의 가장 불안한 요소는 핵연료의 핵붕괴열이 발생되는 원자로와 그 열을 이용하여 발전하기 위한 원전시설의 복잡함에 따른 안전 의구심, 그리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위험하며 만일의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모르는데서 오는 공포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각종 안전 현안에 대한 정부의 대응미흡, 안전 의구심을 유발하는 지속적인 사건과 사고의 발생은 원전산업 전체의 신뢰하락과 함께 국민들의 반원전 감정을 유발시키기에 족한 상황이다.

대선은 끝났지만 최근 정권교체를 원하는 주요 대선주자들의 원자력 관련 공약들은 경선과정에서부터 단계적 탈핵의 기조를 공약으로 내놓고 있는데 사회단체들의 요구에 적극 호응한 때문이다. 물론 표를 의식한 반응으로도 볼 수 있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안전을 우려하는 민심의 흐름으로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탈핵은 원전가동을 단계적으로 중지하자는 의미로 해석되며 세부적으로는 친원전 정책에 반대하고 노후원전의 계속운전 중단, 신규 원전건설 중단을 거쳐 최종적으로 원전가동을 모두 멈추자는 것으로 이해된다. 즉 원전을 점진적으로 축소하여 최종적으로는 가능한 조기에 국내 원전가동을 모두 멈추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원전가동의 급격한 중단은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요소와 함께 기후변화라는 또 다른 요소를 고려하면 화력발전소도 줄여 나가야 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대체 에너지에만 매달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결과적으로 국가 에너지 수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인 IEA의 세계에너지전망(2015)를 보더라도 2050년까지 거의 불가능한 노력에 의해 전체 에너지수급의 50% 전후로 재생에너지 공급비중이 증가한다 하더라도 산업혁명 이후 2℃ 이하의 온도상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원전에 의한 에너지 공급을 2배 이상 증가해야 하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이유이다.

따라서 원전중단의 요구는 신재생에너지의 투자와 함께 에너지 절감 및 효율화를 위한 상당한 노력이 수반됨을 의미하며 차기 정부에서 이를 어느 정도 적극적으로 시행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국민의 지지와 협조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므로 수준 높고 체계적인 전국민적인 노력 또한 요구된다. 따라서 당장 원전이 중단되는 목표를 설정하더라도 각고의 에너지 절약 노력과 함께 과감한 신재생에너지 투자 등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지난 뒤에나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럼에도 탈원전이 상당한 호응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당장 불안한 핵문제를 해소하고 당장 우리에게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처럼 생각되기 때문이다. 탈핵에 우선적으로 매달리는 것은 당장 전면적인 원전가동 중단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원전의 관리실태와 현장의 많은 현실적인 안전문제들에 대한 체계적인 감시는 후순위로 밀리게 될 수 있다. 당장 안전에 전력한다 하더라도 명확한 투명성이 전제되지 않고는 가능하지 않으므로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안전을 위해 제기하는 많은 문제들은 당장 발전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절박하지 않고 은폐, 연구 및 검토대상으로 넘겨지는 현실에서 탈핵이 견인하는 안전은 상당한 절박함을 제공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곤 한다. 현실적으로 탈핵이 안전의 묘약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안전이라는 강력한 제동장치는 탈핵의 묘약이 될 수도 있다. 어쨌든 최선의 합리성을 기반으로 국민의 안전과 이익을 위한 것 이상의 가치는 없으므로 국민의 선택이 중요해진다. 항상 깨어 있을 것이 요구되는 안전문제에 지혜로운 국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폭 넓은 참여가 요구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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